1주차 글쓰기
어릴때 가장 의아했던건 어떻게 자칭 어른들의 글은 어쩌면 감수성이, 철학이란 전혀 없는지였다. 각종 메인 포털을 장식하는 온라인에 싸질러진 글들은 천박하고, 공허했으며, 무식한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랍시고 벽면을 장식한건 초등학생 보다도 못한 작문 실력과 깊이없는 사색 뿐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른들이란 머릿속에 무슨 똥을 채우고 살길래 저딴 수준의 글을 최고라고 극찬을 할까 하던 20대 시절이었다.
"Writers are born, not made"라고 했던가. 나름 초예민 감수성 소유자로 태어나 한때 지나가던 스님조차 너는 글로 먹고 살 것이라 말했지만, 글쎄, 어쩌면 그 스님도 세상이 이렇게 자본주의적으로 바뀔거라고 예상치 못했었나보다. 갬성글, 사색글로 먹고 살기도 전에 내가 굶어죽을까 어느덧 나는 비즈니스 서적과 팔리는 글 강의 따위나 듣고 있는 훌륭한 사회인이 되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판다는 건 곧 살아간다는 행위이니, 그 행위 자체를 비난할 의도는 없다. 다만, 사람은 자기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 절대 모른다고, 철없던 시절 나는 그때 그 어른들처럼 안될거라고 생각했던 내 순진함에 헛웃음이 나올뿐.
한때 글쓰기를 통해 내 안에 있던 장편 글만 서너권 쏟아내고,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을 마주하고, 치유의 여정을 걸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그때 저렇게 날 것 그대로의 글들을 쏟아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는 점이다. 그 시절에만 겁없이 쏟아낼 수 있었던 글이 분명히 존재했으니. 지금처럼 상위노출 되는 글, 팔리는 글쓰기, AI랑 합작한 정보성 글이나 열심히 생산하는 시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가 되었으니.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개인적인 글은 지극히 사적인 일기장에 혹은 익명으로만 공유하는 글이 되었다. 사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의 사생활이나 감수성이 더이상 크게 궁금하지도 않고, 그런 부분은 알아서 필터링을 해주는게 어른들의 무언의 약속이란 걸 깨닫기도 했으니.
그래도 내가 지금 열심히 돈을 벌고 팔리는 글을 터득하려고 애쓰는 건, 어느날 자본주의 세상에서 먹히지 않아도 내가 느끼고 싶은 모든 감정을 온 몸으로 흡수하며 글로 승화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